Mark Levinson No.512
상태바
Mark Levinson No.512
  • 나병욱
  • 승인 2012.08.01 00:00
  • 2012년 8월호 (481호)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네사 갈란테가 부르는 아베 마리아를 들어보았다. 자주 듣는 음악이지만 오늘 여기서는 느낌이 다르다. 목소리에 생동감이 있으며, 찰기가 느껴진다. 바이브레이션에 힘이 느껴지고, 고음에서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음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아베 마리아밖에 없는 가사지만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들려, 발성하는 입을 보고 있는 것도 같다.  마크 레빈슨은 미국의 하이엔드 메이커로 오랜 역사와 함께 초창기 LNP2를 비롯해서 수준 높은 앰프와 디지털 관련 기기들을 발표하며, 세계의 수많은 오디오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디지털 소스의 CD 트랜스포트와 D/A 컨버터가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최초의 DSP HDCD 디코더 방식으로 설계된 24비트/96kHz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 No.30.6 디지털 프로세서와 아주 큼직한 뚜껑을 가진 탑 로딩 방식의 No.31.5 CD 트랜스포트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제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다작을 하지 않기로 유명한 회사였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세계적인 경기 불황 탓에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겨, 뜸을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한데 드디어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이번에 태어났다. 그전의 No.31.5나 No.30.6처럼 초호화판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꾸준히 개발하고 다듬어놓은 마드리갈의 축적된 기술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을 총망라하여 8년만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No.31.5와 No.30.6을 한 몸체에 통합하면서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했단다. 하지만 레퍼런스 31.5 트랜스포트처럼 탑 로딩 방식은 아니고 트레이 로딩 방식이 채용되고 있다. 트레이 로딩 방식이라면 탑 로딩보다 격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정성들여 잘 만들어진 모습을 보면 그런 염려는 날려 보낼 수 있다. 저렴한 제품에서나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메커니즘이 아니고, 금속으로 정밀하게 제작되어 열리고 닫칠 때 정숙하며 품격 있는 동작은 믿어도 될 듯싶다. 마크 레빈슨 No.512는 CD와 SACD, 그리고 No.39L CD 플레이어에서처럼 전자식 어테뉴에이터를 채용하여 한 대의 파워 앰프나 또 다른 파워 앰프에 직결할 수 있으며, 프리앰프에도 커넥팅이 가능하다. 어테뉴에이터는 종전 No.39L에 채용되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데, 39L에서는 스텝당 0.1dB로 고정된 것에 비해 No.512에서는 0에서 39스텝까지는 1dB로 되어 있지만, 그 후부터는 0.1dB로 디테일하게 음량을 조절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리고 No.512에서는 에소테릭의 VOSP라는 메커니즘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메커니즘의 실력과 특징은 여타 회사의 제품에서 이미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이 메커니즘의 특징은 광학 렌즈가 디스크의 트랙을 따라 움직일 때 렌즈의 축이 디스크의 표면과 정확하게 수직이 될 수 있도록 컨트롤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림같이 정성을 다한 면면을 볼 수 있는데 전자기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전원부에는 특별 주문 제작한 토로이달 트랜스가 사용되고 있으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에는 각각 전원부를 독립시킨 설계가 눈에 띈다. 또한 신호 전달 전용의 PCB 기판은 유전율이 낮다고 정평이 나 있는 Nelco N4000-13 SI 재료로 만들어진 6층 구조의 PCB를 사용하고, PCB의 주위를 메탈 서브 박스처럼 감싸놓아 원천적으로 노이즈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지터에 대응하여 DDS(Direct Digital Synthesis) 방식도 채택하고 있는데, DDS 방식이란 이미 알다시피 트랜스포트에서 디지털 스트림을 읽고 해독한 후 메모리 뱅크에 저장하게 되는데, 메모리 뱅크에 저장된 시그널의 출력 때 DSD 시스템이 리클록킹 트랜스포트에서 생성된 지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식 중의 하나다. 


 No.512에서는 D/A 컨버터를 채널당 2개씩 채용하여 명료도와 다이내믹 레인지를 넓히고, SACD에 기록된 음악 신호를 처리하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의 AD1955 D/A 컨버터를 채용하여 신호대 잡음 비율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한다. 묵직하게 잘 만들어진 금속의 리모컨에는 불빛이 나와 어두운 곳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청을 위해 에지 NL12.2 파워 앰프와 펜오디오의 사라 스피커 시스템이 동원되었다. 기대한 만큼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음이 나온다. 지금은 자주 먹지 않지만 젊었을 때 명동 어디선가 먹으며 진국이라고 느꼈던 어느 식당의 설렁탕 국물이 생각나는 그런 음이다. 음악이 공간을 알맞게 채워주며, 둔중하지 않으면서도 밸런스가 좋다. 바이올린의 고역이 실키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거칠지도 않다. 바이올린의 질감 표현은 사실적이며 명쾌하다. 오케스트라에서 관악 파트와 현악기군과의 하모니가 자연스러우며 저음과 중음, 고음의 음의 줄기들이 정연하여 엉킴이 없다. 무엇보다 프렌치혼의 음에 깊이감과 중후한 멋이 특별하다고 느껴진다. 이네사 갈란테가 부르는 아베 마리아를 들어보았다. 자주 듣는 음악이지만 오늘 여기서는 느낌이 다르다. 목소리에 생동감이 있으며, 찰기가 느껴진다. 바이브레이션에 힘이 느껴지고, 고음에서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음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들린다. 아베 마리아밖에 없는 가사지만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들려, 발성하는 입을 보고 있는 것도 같다. 필자가 평소 좋아하는 존 콜트레인의 재즈를 몇 곡 계속해서 들었다. 어느 누구의 연주보다 탄력적인 그만의 테너 색소폰 톤은 음정이 명확하며 특징적인 텅잉이 그림같이 확실하다. 3옥타브의 음에서도 키에 따른 톤 컬러도 잘 나타나며, 포지션은 눌러지지만 입으로부터 생략되는 음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맛을 느낄 수 있는 진국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물건(?)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가격 2,500만원  출력 레벨 4V(XLR), 2V(RCA)출력 임피던스 10Ω  S/N비 108dB  다이내믹 레인지 108dB크기(WHD) 44.2×11.6×44.8cm  무게 14.7kg  
481 표지이미지
월간 오디오 (2012년 8월호 - 481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