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MA80 Integrated Amplif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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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MA80 Integrated Amplifier
  • 월간오디오
  • 승인 2012.07.01 00:00
  • 2012년 7월호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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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종착역에 도달한 진공관 앰프의 미학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케인이 선보인 수많은 인티앰프들을 보아 왔지만 이번 제품은 편리한 기능과 젊은 층이 선호할 만한 날렵한 디자인을 주로 선보였던 그간의 라인업과는 달리 고전적이면서도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중무장했다. 그런 점에서 케인은 참으로 영리한 브랜드다. 이제 케인의 스타일에 식상한 느낌을 가지려던 찰나에 이런 신선한 모습으로 등장해 다시 애정을 갈구하니 말이다. 마치 변검을 보는 듯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면서도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조금씩 파격을 더하는 전략이 나쁘지 않다.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면 패널에 탑재된 전류 조절용 바이어스 미터다. 네 개의 KT88 출력관이 항상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오렌지색 LED가 은은하게 분사되는 이 바이어스 미터는 본래의 기능 외에도 디자인의 대미를 장식하듯 도도하게 빛나고 있다. 노브 디자인 역시 기존 라인업과는 다른 이채로운 모양으로, 전면 패널만 보면 완전 다른 브랜드의 제품 같다. 트랜스포머 하우징은 100% 수공의 에메랄드 블루 펄 피아노 마감이라고 한다. 그냥 블랙으로 해도 될 것을 고급 외제차 마감에나 쓰일 법한 색상을 선정하여 디테일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출력관과 초단관이 장착된 앰프 상판 양쪽에는 바이어스 조절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이번 제품은 작정하고 복고풍으로의 회귀를 꾀한 것 같다. 현대의 앰프 브랜드가 구현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각의 정수를 맛보게 해준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레코드가 부활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속도에 대한 반역이다. 디지털이 봇물을 이룰수록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아날로그로의 열망이 화선지 위, 묽은 먹의 농도처럼 번지고 있다. 터치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전의 시대를 멋들어지게 살아가는 우리가 굳이 느림을 자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노스탤지어, 복고, 익숙함 등의 빤한 변명이 아니라도 아날로그는 옹호와 추종을 받을 자격과 이유가 허다하다. 기술의 구현보다는 정서적 충족에 기인(어디까지나 조작감이나 형태적인 측면에서), 사용상의 편리함보다는 시각적 즐거움에 포커싱한 듯한 심미적 디자인, 오리지널리티와 아우라(발터 벤야민과 아도르노가 오래 전에 붕괴되었다고 주장하는)를 간직한 독특한 멋, 질감, 희소성, 오래될수록 가치성이 느껴지는, 그리고 그 외에도 선택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무궁무진할 터. MA80은 '아날로그의 부활'을 새삼 환기시키는 케인의 신제품이다. 반드시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 가을 출시를 앞둔 '아날로그적'인 느낌으로 온통 무장한 듯한 이 인티앰프가 주는 따듯한 위안과 매혹적 제안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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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7월호 -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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