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텍 본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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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텍 본사를 찾아서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2.05.01 00:00
  • 2012년 5월호 (4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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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텍(Furutech)이라는 이름을 대면, 아마 저렴하면서 성능이 좋은 케이블을 만드는 일본 회사라는 정보를 가진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 단자류에 있어선 톱클래스의 제조 회사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 회사는 ADL(Alpha Design Labs)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흔히 말하는 PC 파이 관련 제품들도 활발하게 제조하고 있다. 우연찮게 취재 협조가 이뤄져 방문할 수 있었으므로, 그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이 회사가 위치한 지역은 도쿄의 고탄다. 바로 시나가와 근방으로, 주로 오피스 타운이 밀집해 있다. 시나가와 역 자체는 무사시노나 요코하마로 이어지는 노선의 출발점이므로, 매일 엄청난 인파가 왔다갔다 한다. 당연히 이 지역의 땅값은 엄청나리라 짐작이 된다. 작년 여름 이후 처음 방문하는 도쿄라, 저녁에 이자카야에서 잘 먹고 마신 다음, 이튿날 탐방을 했다.후루텍이 창립한 연도는 1988년. 그런데 여기엔 긴 사연이 있다. 현재 부사장으로 있는 프랭크 하야마(55세)씨는 원래 대만 출신이다. 일본의 소피아 대학에 경영 관리를 공부하기 위해 왔다가 졸업 후 후지 전기에 취직함으로써,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당시 그가 이 회사에서 취급한 것이 후루가와라는 회사에서 만든 OCC 케이블로, 성능이 꽤 좋았다. 그 선을 이용해서 자신의 설계로 더 나은 음질을 내는 것에 고무되어 결국 후루텍의 창업에 이른 것이다. 아직도 부사장 명함을 쓰는 것은 창업 당시 도움을 준 분을 사장으로 위촉했기 때문이다. 


 현재 후루텍에는 40여 명 가량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도쿄 본사에 8명이 있고, 타이완 공장에 30여 명이 있다. 그 외에 다양한 연구소와 공장에 하청을 준 관계로, 이들의 수를 더하면 아마 엄청날 것이다. 하야마 씨에게 물어본 바로, 제일 애로 사항은 바로 제품의 양산 과정이다. 고생 고생해서 R&D를 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해서 양산 체제로 들어갔을 때 과연 어떤 공장에 하청을 주느냐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케이블은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생명이다. 숱한 기기들에 연결해보고, 다양한 음악을 틀어보고 하면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지루하고도 반복적인 공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후루텍엔 황금의 귀를 가진 애호가 그룹이 있어서, 이들의 충고와 아이디어를 많이 채택한다고 한다. 그 점에서 확실히 행복한 경우라 보인다. 최근에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애호가들이 도움을 준다고 하니, 이 회사의 전망이 더욱 밝아 보인다. 이번 탐방은 주요 테크놀로지와 제작 기법 등을 취재하는 자리였으므로, 이 기회에 후루텍만의 특별한 기술들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처음 언급할 것이 어스 점퍼 테크닉. 사실 어떤 단자건 위·아래 짝을 맞춰 결합시켜야 함으로, 어떤 식으로든 나사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렇게 투입된 여러 개의 나사가 일종의 자기장을 형성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각각의 스크류에 어스 점퍼를 연결해서, 근원적으로 왜곡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무릎을 탁 친 부분이다.후루텍이 고안한 플로팅 필드 댐퍼(Floating Field Damper) 테크닉도 알아보자. 오디오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의 하나가 공진이다.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냐 골몰하다가, 기계적인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서 발산한다는 획기적인 기술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카본 파우더와 세라믹 나노 파티클 등을 섞은 물질을 개발한 바, 여러 제품에 골고루 쓰이고 있다. 참고로 동사는 이를 피에조(Piezo)라고 부른다.예를 들어 스태빌라이저를 보자. LP의 회전 시 발생하는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얹는 액세서리인데, 당연히 모터에서 비롯된 진동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바로 열에너지로 바꿔 없애는 것이다. 각종 DAC나 헤드폰 앰프의 발에도 이런 기술이 응용되고 있고, 각종 커넥터의 덮개에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기술이 백미를 이루는 것은 바로 EMI 필터. OCC 선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엔 어스 점퍼가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내부에 피에조를 투입해 EMI의 발생을 근원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는 전원 코드에 연결해서 사용한다면 그 성능에 깜짝 놀랄 것이다.




 단자를 조이는 방식에 있어서도 후루텍은 독자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단순히 위·아래 파트를 결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댐핑 효과까지 노리는 것이다. 당연히 진동에 강해서 역시 왜곡 억제에 큰 역할을 한다.현재 후루텍에서 제조하고 있는 케이블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제일 상급의 플럭스(Flux)부터 레퍼런스 2, 그리고 에볼루션 2로 이어진다. 여기에 모두 투입된 것이 더블 실디드(Double Shielded)라는 테크닉이다. 1차 실딩은 선재를 피복하며 이뤄지고, 이후 카본 파이버를 동원해서 2차 실딩이 이뤄진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다. 선재 중간에 자리한 커다란 박스는 결코 폼으로 집어넣은 것이 아니다. 에볼루션 시리즈엔 작은 것이 투입되었지만, 플럭스에는 상당한 크기의 박스가 부착되어 있다. 이 내부를 보면 작은 크리스털에다 복합 물질을 뿌려서 신호 전송에 악영향을 주는 EMI의 유입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플럭스와 레퍼런스 2 클래스의 제품을 보면, 각각의 단자에 로듐을 코팅했다. 이것은 무려 20년에 걸친 연구의 성과로, 무엇보다 로듐이 음질을 아주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 순동에 로듐을 입혀야 하는데, 워낙 순동이 약한 관계로 로듐을 입히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알파 OCC로 제작된 선재는 저역 재생에 유리하고, 로듐은 고역의 디테일 묘사가 좋으므로, 양자의 결합은 말 그래도 '윈 윈'인 것이다.참고로 바이와이어링 스피커 케이블의 경우,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고역용과 저역용을 구분해 놨다. 0.16mm 두께의 선재를 25개 가닥으로 엮어서 하나의 번들을 만들고, 이를 6개의 대칭 구조로 한 것이 고역 쪽이라면, 역시 같은 두께의 선재를 41개 가닥으로 엮어서 만든 번들을 역시 6개 투입해서 대칭 구조로 만든 것이 저역 쪽이다. 이렇게 가닥의 수를 조정해서 고역과 저역의 특성을 구분한 것이다.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드는 것도 후루텍의 특징 중 하나다. 우선 언급될 것이 PC-2라는 클리너다. CD나 DVD의 표면에 붙어있는 정전기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온과 여러 효소의 결합체로 이뤄진 제품이다. 생산 과정에 있어서 일체의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므로, 일종의 친환경 제품이라 해도 좋으리라.나노 리퀴드(Nano Liquid)라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커넥터에 붙어 있는 찌꺼기나 공기 방울 등을 제거한다. 따라서 좀 오랜 기간 사용한 케이블이라도, 본 기로 청소를 하면 상당히 명징하고, 대역이 넓어진 음을 즐길 수 있다.디스탯 2(Destat 2)라 명명된 액세서리도 정전기 제거 관련 제품. 사용법도 간단해서 전원을 켠 후 해당 면 위에 10초 정도 둥글게 선을 그으며 움직이면 된다. 참고로 CES 쇼에서 후루텍의 부스에 들어오는 손님마다 이것으로 정전기를 제거해서 큰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LP 애호가의 경우, 카트리지와 셸이 의외로 빈약하게 제조된 리드 선에 의해 연결된 점에 놀랄 수도 있겠다. 이때 후루텍의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당연히 음도 좋아지지만, 일단 튼튼하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그간 아날로그 관련해서 많은 제품들이 출시되었지만, 이런 리드 선까지 제조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한편 후루텍의 자회사 ADL(Alpha Design Labs)에서 발매한 GT40이란 제품은 아날로그 팬들이라면 주목할 내용이 많다. 즉, LP에 담긴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해서 저장한다는 발상으로, 그 과정에서 24비트/96kHz의 스펙을 갖는다. 이 정도 퀄러티라면, 고음질 파일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며, 무엇보다 소중한 LP를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메리트가 있다.크루즈(Cruise)란 제품은 일종의 휴대용 헤드폰 앰프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쓰기 편한데다가, 24비트/96kHz 신호까지 대응하므로, PC에 저장된 고음질 파일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 헤드폰 유저들은 잘 알겠지만, 이런 양질의 헤드폰 앰프를 사용할 경우 얻는 음질상의 이득은 가격대비 대단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에스프리(Esprit)라 명명된 모델도 있는데, DAC 및 디지털 프리앰프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24비트/192kHz의 신호에까지 대응할 뿐 아니라, 헤드폰 단자도 나 있는 프리앰프라,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다. 지터를 저감시키는 클록까지 투입되어 많은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듯싶다. 이번 탐방은 너무나 급작스럽게 이뤄져 채 후루텍에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기도 전에 대면이 이뤄지고 말았다. 그러나 동석한 국제 마케팅 담당 그램 콜리(Greame Coley)씨의 도움으로, 여러 기술과 제조 비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단자 제조에서 세계 1위를 달리는 기업이라,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듯도 싶다. 참고로 하야마 씨와 인터뷰 중에 왜 이렇게 단자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냐 질문한 적이 있다. "실제 케이블을 제작해보면, 선재보다 단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단자 쪽 연구에 집중하게 된 것이죠." 자신을 매료시킨 후루가와의 케이블을 만나면서 시작된 후루텍의 스토리는 이렇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특히 스토리라는 말을 많이 썼다. 후루텍에서 만든 모든 제품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게 과연 무슨 뜻일까? 아마 아이디어를 착상하고, 연구를 하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양산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혜안이 개재되었다는 뜻이 아닐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떤 제품을 만들던 결코 아무렇게나 기계적인 데이터만 갖고 만든다는 뜻은 아니리라 짐작이 된다.
 • 문의 D.S.T.KOREA (02)719-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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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5월호 -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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