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RS1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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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do RS1i
  • 이현준
  • 승인 2012.05.01 00:00
  • 2012년 5월호 (478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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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 시스템을 대신할 수준급의 헤드폰 시스템
 최근 오디오 시장은 양극화로 치닫는 느낌이다. 90년 중반만 하더라도 앰프, 스피커, CD 플레이어 각각 500만원 정도만 투자하면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쓴다고 뽐낼 수 있었다. 필자도 사회 초년병 시절, 월급을 모아 마크 레빈슨 No.383·No.39를 들여 놓고는 몹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지금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의 대표작들로 시스템을 꾸미려면 최소 5천만원은 훌쩍 넘어선다. 영국의 메리디언이 IWC, 까르티에 등의 18개의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리치몬드 그룹의 일원이 된 것은 이제 오디오는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리치몬드 그룹은 B&W를 자동차 오디오로 도입해 일약 주목을 받았던 재규어에 압력을 행사해 다음 차종부터는 메리디언을 쓰기로 계약했다. 이외에도 레인지로버 이보크, 그리고 슈퍼카 멕라렌에도 메리디언이 쓰이게 된다. 이는 앞으로 오디오 시장이 럭셔리라는 몸살을 앓게 되리라 시사하는 일례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컨슈머 오디오 마켓에서는 헤드폰, 스피커 독의 반짝 인기가 시들고 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포터블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거의 모든 오디오 메이커가 뛰어들었던 이 시장이 이제는 오히려 공급이 더 많은 과포화 시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희망 중 하나는 닥터드레로 입문한 소비자들이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점.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것이 아닌, 남과 다른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더 비싸고 더 뛰어난 무엇을 소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헤드폰 시장은 10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 제품들의 출시가 눈부시다. HD800으로 인기를 끌었던 젠하이저는 HD700을 최근 발표했고, 슈어는 동사 최초의 하이엔드 모델 SRH-1840을 선보였다. 오디오 테크니카 또한 지난해 50주년 기념 한정 모델인 ATH-W3000ANV를 선보였다. 이어 스피커로 스스로 칭하는 자부심의 스탁스는 1,000만원대의 SR-009를 선보이기에 이르렀으며, RS1이라는 시대를 뛰어넘는 걸출한 명기로 대표되는 그라도는 최근 PS1000·GS1000i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그라도는 고정 팬을 거느릴 만큼 높은 인기와 판매량을 자랑했음에도 구입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쉬웠으나, 이번 서울 국제 오디오 쇼를 시작으로 수입원이 바뀌어 공격적인 판매를 선보일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 그라도는 1953년 미국에서 설립된 오디오 메이커로, 본지 독자들에게는 헤드폰보다 수준급의 카트리지를 생산하는 메이커로 더 친숙할지도 모르겠다. 인수합병 등 부침이 심한 오디오 시장 가운데서도 여전히 그라도 패밀리가 직접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창립 시절의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도 17명의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가내수공업처럼 한땀 한땀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치프 엔지니어인 존 샤핀은 그라도에서만 50년 넘게 제품을 손수 만들어 왔다고 하니, 장인 정신이란 바로 이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RS1i는 바로 이런 그라도의 정수를 그대로 담아낸 제품이자, 동사를 대표하는 레퍼런스 제품이다. 사실 제품을 받아들고 나면 썰렁한 박스 구성과 앤틱한 인클로저의 만듦새에 생경함을 느낄지 모르겠다. 최근 헤드폰 제조사의 제품들은 보기만 해도 감탄을 자아내는 포장과 내용물, 그리고 기가 막힌 마감의 금속 하우징과 가죽 파우치 등의 호화스러운 구성으로 감싸고 있지만, 그라도는 수십 년 전 구성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리를 들어 보면 이는 모두 눈 녹듯 용서가 되고 만다. 그라도를 대표하는 마호가니 마감의 인클로저는 독특한 매력을 뿜어낸다. 레트로(Retro)로 대표되는 최근의 디자인 트렌드와도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스피커처럼 인클로저를 울려 소리를 뿜어내는, 다른 헤드폰에서는 들려주지 못하는 독특한 소리의 질감이 그라도를 좀처럼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실제로 설계자는 17가지의 마호가니 마감을 준비해 지금의 마감을 선정하는 데에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앤틱한 인클로저를 고집하는 데에도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RR이라는 지금은 여느 메이커도 쓰지 않는 올드한 플랫폼을 가지고 최고의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포르쉐 991의 고집스러운 엔지니어링과 궤를 같이 한다는 인상이다. RS1i의 사운드는 젠하이저 올드 시리즈들이 그랬듯 느슨하고 풀어진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여기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맑고 청아한 해상력과 다이내믹스는 최신 모델의 그것에 가깝다. 다만, 32Ω의 임피던스 스펙은 아이폰 등의 포터블 기기로도 충분한 사운드가 터져 나와 줄 것 같지만, RS1i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려면 양질의 소스기기와 헤드폰 앰프는 필수다. RS1i의 시청에는 아마라를 설치한 아이맥 MAC 파이 시스템에 에이프릴 DP1을 DAC로, 그리고 서그덴 헤드폰 앰프 HA4를 사용했는데, HA4와의 매칭이 DP1보다 좀더 매끄럽게 묘사된다. HA4의 뉘앙스 표현력이 확실히 우위에 있다. 하이파이 시스템을 대신할 수준급의 헤드폰 시스템을 찾는 이라면, 그라도 RS1i와 서그덴 HA4의 조합을 꼭 일청해 보기를 권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99만원형식 다이내믹 주파수 응답 12Hz-30kHz임피던스 32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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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5월호 -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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