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yphon Pandora·Mephisto So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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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yphon Pandora·Mephisto Solo
  • 이종학(Johnny Lee)
  • 승인 2012.05.01 00:00
  • 2012년 5월호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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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폰이 선사하는 최상의 마스터피스


 좋은 오디오라는 것은 결국 뛰어난 테크놀로지 위에 빼어난 음악성으로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이번 신작들이 내는 음에는 특출난 부분이 있다.
플레밍에 따르면 여태 그리폰에서 만든 제품 중에 최고라고 하는데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리폰 애용자들뿐 아니라 다른 하이엔드 유저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걸작의 등장이라 말하고 싶다. 
  지난 3월 10일 그리폰의 신제품 런칭 행사를 위해 내한한 플레밍 E. 라스무센(Flemming E. Rasmussen)과의 만남은 여러모로 소중한 것이었다. 당대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메이커 중 하나인 그리폰을 30여 년간 주재하면서 숱한 명기를 만든 그의 존재부터 각별하거니와, 그와 며칠을 함께 하며 오디오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눌 수 있었던 것 또한 큰 행운이었다. 게다가 그는 사진에도 조예가 깊어서, 그간 사용한 제품에 대한 평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의견이 필자와 잘 맞아서 흥미로웠다.

사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갈 수 없었던 낯선 곳을 방문하면 기록을 남기고 싶어지고, 또 더 나은 화질을 욕심내게도 된다. 그래서 때론 DSLR 풀프레임을 들고 가기도 하는데, 그 만만찮은 무게로 이내 녹초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현재까지 플레밍과 나는 잘 만들어진 소형 카메라를 선호한다. 현재는 미러리스 쪽으로, 그는 소니, 나는 파나소닉의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최근에 플레밍은 CES가 끝난 후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시애틀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달렸다고 한다. 태평양을 끼고 이어진 이 도로의 수려한 풍경은 정평이 나 있거니와, 특히 그가 틈틈이 흑백 사진으로 담은 모습이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디자이너로 특출한 감각을 가진 그여서, 상당히 멋진 풍경화가 연출되었으리라 기대가 되는 것이다.어쨌든 이번에 그가 발표한 것은 판도라 프리앰프 및 메피스토 파워 앰프다. 워낙 종수도 적고, 신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탓에, 그리폰에서 이렇게 한꺼번에 두 개의 제품이 런칭되는 것은 참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엔 한 가지 사연이 있다.2010년 5월, 플레밍은 예전처럼 뮌헨 오디오 쇼에 참가하기 위해 코펜하겐의 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막 보딩을 시작하려는 찰나, 가슴에 격한 통증이 밀려왔다. 심장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다행히 의료 팀이 바로 도착해 수습할 수 있었지만, 덕분에 한동안 요양을 해야 했다. 그런 악재가 겹쳐, 두 제품의 개발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런 일을 계기로 오히려 더 개발에 만전을 기했다고 한다. 어쨌든 애호가 입장에선 천만다행인 셈이다.그럼 과연 이번 신작들의 메인 콘셉트는 뭘까? 언젠가 플레밍에게 그리폰의 아이덴티티에 관해 물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왔다. '클래스A 설계, 풀밸런스 회로, 빅 파워 서플라이, 신호 경로의 간략화, 노 피드백' 얼핏 들으면 평범해 보이지만, 그 하나하나가 그리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장벽은 아니며, 그것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정복해서 원하는 음을 얻는다는 것은 상당한 개발 기간을 요한다. 게다가 전작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신작들을 여태 만들어진 모든 그리폰 제품들 중에 최고라고 자부하는 플레밍의 말엔 결코 허풍이 있을 수 없다. 나 역시 직접 음을 듣고 금세 매료되어 버렸으니까.그럼 우선 판도라부터 소개해보자. 그리폰 특유의 검정색 박스는 두 덩어리로 되어 있다. 가운데 동그란 볼륨 스위치가 달린 것은 동작부이고, 또 하나는 전원부, 이른바 파워 서플라이다. 그런데 파워 서플라이에 들인 공이 엄청나다. 한 채널분만 따로 떼어놓고 앰프를 설계하면 무려 100W급 파워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프리의 역할은 볼륨과 실렉터다. 그런데 왜 이런 물량 투입이 필요한 것일까?프리앰프는 매우 미세한 신호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볼륨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예상을 훨씬 초월한다. 많은 메이커들이 어떻게 볼륨단을 구성하는가에 골머리를 앓고, 숱한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플레밍은 이 부분에서 오래 전에 가진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속 시원히 풀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그 해답을 찾았다. 그래서 여기에 투입한 것이다. 통상의 프리앰프를 보면 입력단을 통해 들어온 신호가 볼륨단에 연결되어 크게 혹은 작게 조정되어 파워 앰프로 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동사는 이 부분을 개선, 입력단이 바로 볼륨단과 연계되도록 했다. 그럴 경우, 볼륨단은 바이어스 조정의 역할만 하는 일종의 어테뉴에이터가 된다. 그 과정에서 일체의 저항이나 콘덴서가 개재하지 않는다. 즉, 프리에 투입된 서킷과 무관하게 작동해서, 음질 열화나 왜곡을 전혀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거의 배터리에서 보내는 수준의 전원을 사용한다. 즉, 동작부에 배치된 전원부에서 일단 전기를 가져다 쓰지만, 이 부분은 별도의 파워 서플라이에서 계속 공급한다. 말하자면 배터리를 쓰지는 않지만, 거의 그와 같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그리폰의 기본 철학과도 통하며, 소스의 정보를 최대한 보존한다는 면에서 대단히 획기적이라 하겠다. 당연히 판도라엔 클래스A 방식과 제로 피드백 방식이 도입되었다. 무엇보다 와이드 레인지를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당연히 도사린다. 이것은 메피스토처럼 엄청난 물량 투입으로 이뤄진 파워 앰프에서 두드러지게 발생할 수 있다.이 부분에 대해 플레밍은 이렇게 설명한다. 광대역에 대응한다는 것은, 아무튼 창을 크게 내서 바깥을 보는 것과 같다. 그 경우, 바깥에 있는 사람도 우리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역기 전류라던가 사소한 트러블이 생길 경우, 창을 깨고 외부에서 침입이 가능한 것이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의 앰프들은 어느 정도 피드백을 도입한다. 이 경우, 아무래도 소리가 정숙해지고, 댐핑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냥 출력단으로 보낸 신호에다가 한 번 피드백 루프를 타고 돌아온 신호를 얹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시간차가 발생한다. 그게 당연히 왜곡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폰의 입장에선 이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클래스A 증폭 방식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클래스AB 방식은 효율 면에서 뛰어나지만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작동하기에 음성 신호의 전달 과정에서 디스토션이 발생한다. 반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클래스A는 이런 면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또 저능률 스피커를 구동한다는 면에서도 유리하거니와, 이를 위해 무려 0.5Ω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앰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단계까지 실현했다. 거의 스피커 단자를 서로 맞물려 파탄에 이르는 상황에도 끄떡없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을 여러 가지 보호 회로로 방지한 것이 아니라, 교과서에 쓰인 그대로 일체의 타협 없이 이룩한 성과여서, 여기에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사실 메피스토의 실물을 바라본다면, 그 압도적인 포스에 깜짝 놀랄 것이다. 모노럴과 스테레오기가 있는데, 둘 다 외관이 같다. 모노럴 기의 경우 개당 무게가 180kg. 혼자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다. 또 가만히 보면 중앙에 긴 통로가 나 있어서 눈길을 끈다. 단순한 디자인 콘셉트로 만든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듀얼 모노럴 구성이어서, 양쪽 모두 똑같은 구성이고, 따라서 사이드에 위치한 출력단에서 엄청 열이 나온다. 즉, 기기 양쪽뿐 아니라 안쪽에서도 나오는 것이다. 그 열을 효과적으로 내보내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홀름그렌(Holmgren)에서 커스텀 사양으로 만든 전원 트랜스부터 스웨덴제 리파(Rifa) 커패시터, 군사용 수준을 넘는 PCB 등, 투입된 모든 부품이 특 A급이며, 여기에 SMT(표면 실장)로 제작된 출력 증폭단을 투입, 최단 거리의 신호 경로를 추구했다. 채널당 무려 40개에 달하는 바이폴라 TR의 존재는 그 자체로 장관이라 하겠다. 참고로 판도라와 메피스토를 연결해서 사용할 경우, 그린 바이어스 동작이 이뤄진다. 즉, 투입되는 음량에 따라 열의 발산을 낮추거나 높이도록 한 것이다. 부품의 보호라던가 전기의 절약이라는 면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조치다.이 엄청난 기기를 듣기 위해선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제품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다행히 행사를 위해 동원한 포세이돈 스피커와 미카도 시그너처 CD 플레이어 등의 풀 라인업을 들을 수 있었으므로, 그 인상을 기술하겠다. 포세이돈으로 말하면, 저역 쳄버가 별도로 있고, 이를 전용 파워로 구동함으로, 실제 메피스토가 움직이는 것은 중·고역 쳄버다. 이전 모델이 콜로세움인 만큼, 과연 어떤 점이 달라졌나 궁금증이 일었다. 가장 큰 차이는, 콜로세움이 약간 달콤하고, 정취가 풍부하다고 보면, 메피스토는 그리폰 특유의 진한 색깔과 음영이 깃든, 더 음악성이 뛰어난 음을 들려준다 하겠다. 예를 들어 얀센이 연주하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경우, 북구 특유의 스산하고, 우수에 찬 분위기가 절묘하게 포착된다. 풀 사이즈 오케스트라의 음향이나 하늘 높이 치솟는 바이올린의 모습은 당연한 것이고, 그 위에 곡 자체가 가진 맛을 확연히 드러내는 것이다. 오스카 피터슨의 'You Look Good to Me'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초반에 활로 더블 베이스를 긁는 대목에서 모기 소리가 아닌, 딥 베이스까지 쭉 떨어지는 광대역에 적절한 양감은 어느 재즈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트리오의 본격 연주 땐, 피아노를 치는 손가락의 힘이나 킥 드럼의 어택 등, 세세한 부분이 선명하게 포착되면서 또 전체의 조화도 스무드하게 이뤄진다. 점차 고조되는 열기가 이쪽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정도다.좋은 오디오라는 것은 결국 뛰어난 테크놀로지 위에 빼어난 음악성으로 연결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이번 신작들이 내는 음에는 특출난 부분이 있다. 플레밍에 따르면 여태 그리폰에서 만든 제품 중에 최고라고 하는데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리폰 애용자들뿐 아니라 다른 하이엔드 유저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걸작의 등장이라 말하고 싶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Pandora 프리앰프] 가격 3,800만원  주파수 대역 0.1Hz-3MHz입력 임피던스 50㏀(XLR), 25㏀(RCA)  출력 임피던스 7ΩTHD+N 0.005%  게인 +18dB  파워 캐퍼시턴스 90000㎌×2 크기(WHD) 48×13×40cm  무게 17.5kg




 [Mephisto Solo 파워 앰프]  가격 1억3,500만원클래스 퓨어 클래스A실효 출력 200W(8Ω), 400W(4Ω), 800W(2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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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5월호 -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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