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늦은 눈이 푸실푸실 내리던 날 샘에너지의 안덕환 회장 사무실에 놀러 갔다가 새로운 체험을 했다. 샘에너지는 본 시청기를 수입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수입상이고, 이제 노령이 된 안 회장은 우리나라 초창기의 오디오 평론을 담당했던 원로이기도 하다.그날 록 음악을 다시 알게 되었다. 수집해 놓은 LP 음반에서 녹음을 해 놓은 디스크로 해설과 함께 대표곡들을 들었는데, 사실 록이란 장르는 열렬 애호가가 많기로 유명해서 미국 등지에서 야외 공연이 있으면 며칠 전부터 텐트를 치고 앞자리를 확보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 된 지 오래된다. 그러나 필자로서는 공연장에서 기분 풀이를 위해 한 번씩 듣는 것은 몰라도 감상 음악으로 집에서 듣는다는 것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라고 생각해 왔고 사실 그래 왔다. 그날 들은 음악은 절묘했다. 록은 원래 마약처럼 사람을 흥분시키는 맛이 있고, 뭔가 절규하고 호소한다는 음악이지만, 내리는 눈 때문이었을까 애수가 백 코러스처럼 깔린 그 노래들은 가슴을 치고 스며들었다. 거대한 음장감과 치고 들어오는 박력, 그리고 절규하는 가사의 밀도와 선열함. 


 그날 본 시청기인 CD 플레이어로 들었다. 기기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유독 매끄럽고 깔끔한 소리만을 기억할 뿐 다른 호기심은 가져보지 않았다. 그런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 제품을 다시 듣는다. 따지고 보니 3번째로 본 제품을 듣게 된다. 모두 공개석상에서이다.3번째 듣고 보는 이 시청기. 새삼 우량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날의 그 감동 상당 부분이 이 CD 플레이어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날 사용했던 기기는 안 회장의 자작의 반도체 앰프, 그리고 오래된 JBL 212 모델, 또한 신형기로는 본 시청기가 유일한 것이었다. 노르웨이의 유서 깊은 이 제작사는 근래 들어 여러 가지의 제품으로 라인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그 모습은 시종여일하다. 흑색의 패널에 자그마한 핀 같은 전면 버튼들의 배치를 보면 너무도 독특해 이제 이 제작사를 모르는 애호가는 없을 것이다. 초기에는 단순 철판을 사용했던 섀시들이 지금은 고급 알루미늄으로 바뀌고, 내부와 성능은 당연히 향상되었지만 결코 컬러나 외양만은 바꾸고 있지 않는 흔치 않는 메이커로 손꼽을 만하다.20kg에 달하는 묵직한 중량감이 주는 안정감, 전면 아크릴과 철판에 흑색의 특수 도장을 한 우아한 컬러, 톱 로딩 방식의 고급스러운 필립스의 모듈을 비롯해 탄탄한 부품과 회로, 그것뿐이 아니다. 디지털부, 아날로그부, 드라이브 메커니즘부, 디스플레이부 등에 각기 4개로 분할된 파워 서플라이로 전원을 공급하는 특별한 장치, 뛰어난 S/N비의 개선 등을 보면서 종래 10년 이상 생산되어 온 이 제작사의 명기 EMC-1을 단종시키고 이 제품을 등장시킨 그 사유가 명백해진다.당분간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 기간 이런 가격대의 이만한 제품을 만나기란 어렵다. 이 제품도 고가이긴 하지만 훨씬 더 고가의 제품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절실한 소회이다. 




 수입원 샘에너지 (02)3271-7502가격 1,000만원  DAC 24비트/192kHz  최대 출력 14V(XLR)  채널 분리도 90dB 이상
THD 0.002% 이하  크기(WHD) 48.3×11.5×44cm  무게 2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