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yin TA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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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yin TA30
  • 월간 오디오
  • 승인 2012.04.01 00:00
  • 2012년 4월호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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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진공관 앰프를 회고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 한 시기에 유행하거나 사람들을 사로잡았던 물건에 대한 기억, 현실적인 감각에 매몰되어 살다가도 어떤 시각적인 자극이나 우연히 맞닥뜨린 상황에 의해 사람들은 기억의 파장을 더듬어 잊어버리고 살던 '그 무엇'에 대해 향수한다.EL34 진공관의 불빛을 볼 때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청각적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생각나곤 하는 '그 무엇'은, 불과 십 년 전쯤 저가 진공관 앰프 열풍을 몰고 왔던, 그래서 고수나 마니아가 아닌 하이파이 초심자들도 진공관 앰프를 꿈꿀 수 있게 해주었던 케인의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인 TA30 인티앰프다.케인의 TA30을 비롯한 A88T, A300P, A50T 같은 일련의 중저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공관 앰프는 일반 오디오 애호가에게는 가격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트랜지스터 앰프보다 사용하기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과 복잡한 내부 설계와 외관이 주는 고착화된 이미지 때문에 고장이 빈발할 것이라는 선입견 등의 이유로 기피 대상이 되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행위를 기능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심미적으로 접근할 때, 그것에 가장 아름답게 부합하는 도구가 아마 진공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레코드라는 매체가 풍겨내는 근원적인 노스탤지어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사용의 편의성과 가격의 현실성, 디자인의 간결함으로 무장한 획기적인 제품들을 이끌고, 소수의 자작파나 오디오파일의 전유물에 불과했던 진공관 앰프 시장에 열풍을 몰고 온 케인이라는 브랜드를 필두로 진공관은 어느덧 앰프 시장의 보편적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케인의 여러 앰프 가운데서도 유독, 시장에서 사라진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은 TA30이라는 인티앰프다. 전면 패널에 채택된 은은한 샴페인 골드•실버 색상의 미감과 진공관의 소리를 가장 진공관답고 따듯하게 들려주었던 EL34 출력관의 섬세하고 아날로그적인 음색은 세계 각지의 여러 오디오 매체에서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던 이 제품에 대한 찬사가 거품이나 허구가 아님을 입증해주었다.5극 출력관인 EL34는 원래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던 명관이었으나, KT88, 6550, 6L6, KT66, KT90 등 5극관을 대표하는 진공관 가운데서도 호환성이 용이하고 드라이브하기도 쉬워서 보편성을 획득했다. 하지만 의외로 EL34를 채택한 진공관 앰프를 선보이는 제조사는 많지 않았다. 오히려 이 관은 중•고역을 선호하는 자작파들에게서 널리 사용되었다.국내 오디오 시장에서 천편일률적으로 KT88을 채용한 진공관 앰프들이 선보이고 있을 때 TA30의 등장은 신선한 한 줄기 바람과도 같았다. 고전적인 느낌의 만듦새와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음색을 들려줄 것 같은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신선한 감동을 아직도 기억한다. 트랜지스터 앰프의 소리에 길들여진 청각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유려하고 섬세한 고역은 클림트의 그림들이 머금고 있는 황금색 안료의 화려한 색채감이나 질감과 같은 첫 느낌을 전해주었고, 피아노 음과 현의 소리는 풍부한 윤기와 농염한 뉘앙스를 품은 채 다가왔다. 물론 속도감과 다이내믹, 해상도 등에서 현대적인 하이파이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제품의 이미지를 보고 막연하게 추측했던 고전적인 느낌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대중성을 획득하는 데 어필했던 요소가 아닐까 싶다. 외관적 측면에서는 아담한 크기의 섀시에 케인에서 선별한 네 개의 EL34를 사용해 채널당 35W의 출력을 내주었고, 라인 입력 4계통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면 패널에는 샴페인 골드•실버 두 가지 색상의 두꺼운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내부와 외부의 모든 요소가 섬세하게 수공으로 가공되었으며, 접속 부분에는 세라믹 소켓을 사용하였다. 탈착식의 그릴이 준비되어 있어 진공관을 보호할 수 있고, 출력의 외부 손실이 없도록 설계되었다. 자작 진공관 앰프가 주류를 이루고 투박한 외관의 진공관 앰프들이 간혹 매체에 소개되곤 했던 당시로서는 눈에 띄는 등장이었다. 우연히 아는 지인 댁에 들러서 청음하게 된 이후로 그 소리의 매력에 반해 서브로 사용하고 있던 2A3 진공관 앰프를 내치고 싶은 유혹에 잠시 빠지게 할 만큼 갈등을 느끼게 했던 제품이었고, 스피커와의 매칭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 구매욕에 사로잡혔던 적도 있다.TA30은 조용하게 등장했지만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롱런할 수 있었던 다양한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었고, 케인이라는 브랜드가 대중적 진공관 브랜드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바탕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좀더 시간이 지난다면 'Oldies but Goodies'의 반열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동급 제품들 가운데서도 단연 아우라를 발산하는 제품이었으며 업그레이드 모델이나 SE 버전으로 다시 한 번 출시된다면 망설임 없이 사용해보고 싶은 제품이다. AGAIN TA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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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4월호 - 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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