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그라츠의 스튀리아르테 페스티발의 연주 실황이 담긴 DVD와 5번 교향곡의 리허설이 담긴 보너스 DVD가 한 장 들어 있다. 아르놀트 쇤베르크 합창단과의 C장조 미사도 들어 있지만 아마 합창단의 반주자 수준의 작은 규모의 실내악단이 연주하는 베토벤 5번이 관심이 더 가지 않을까?베토벤의 교향곡 중 최고의 히트곡은 물론 9번이지만 5번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특히 오디오 애호가 중에는 더욱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유는 '빠바바 빰' 하는 유명한 1악장 때문이 아니라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는 그 순간 때문이 대부분의 이유일 듯하다. 주로 그 속도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면서 연주 시간을 비교한 글도 많고, 취향도 갈리고, 연주도 많아 이것이 베스트라고 말할 연주가 없다. 


 아르농쿠르의 연주는 빠르다는 느낌도 느리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다만 화면에 보이는 그 몇 안 되는 단원의 실내악단의 빈약한 규모,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본 학교 오케스트라 규모로 5번을 연주한다. 합창단이 빠져나간 횅한 뒷자리가 더욱 작아 보이게 만든다. 그런데도 이 연주 전혀 빈약한 티가 나지 않는다.9번과 달리 5번은 사실 그렇게 복잡한 구조가 아니어서 소규모로도 가능은 하지만, 곡의 스케일 때문에 대규모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녹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내악단 조율에 대가인 아르농쿠르의 실력이 발휘되면서 참 재미있는 5번이 탄생했다. 2악장이 이렇게 서정적인 곡이란 것을 처음 느꼈고, 마치 모차르트의 곡처럼 아기자기하게 숨어 있는 대목을 찾아낼 수 있다. 대규모의 투티가 아닌 까닭에 하나하나 질감이 느껴지는 현의 울림, 관악의 호흡이 생생하게 들어 나면서 감각적인 매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박력 있게, 스케일 있게 들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우선 실내악단의 배치이기 때문에 무대가 꽉 차고, 악기의 배치가 현악과 관악, 저음부와 고음부 악기가 골고루 믹스되어 울릴 수 있다는 점을 화면에서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밀은 두 번째 DVD 리허설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아르농쿠르는 우리가 단순히 '운명은 이렇게 꽝꽝 문을 두드린다' 라고 알고 있는 느낌 대신 단원들에게 이 곡이 쓰여 질 당시 상황을 단원에게 설명한다. 1악장에서는 자유에 대한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갈망을, 2악장에서 그것에 대한 간절함을, 3악장에서는 혁명에 대한 움직임과 끝으로 자유를 쟁취한 환희를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이 곡에 대한 관념과 선입관으로 단원들의 연주에 과장이 들어가면 어김없이 아르농쿠르는 'Soft'와 'Piano'를 외치면서 자제를 시킨다. 고요한 부분에서 건조해지는 연주 대신 마치 독주자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표현력을 요구하고, 단원들은 이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서정적인 5번과 상대적으로 힘에 넘치는 4악장을 만들어 간다. 느낌이란 것, 무척이나 상대적이다.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도입부가 부드러우니 클라이맥스가 더 격정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아르농쿠르의 5번은 그것을 잘 이용하고 있다. 사족을 달자면, 클래식 DVD를 들으면 대부분 서운한 '왜 한글 자막은 넣지 않는가? 차라리 해설지라도 한 장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오스트리아 할아버지의 독일식 영어 발음은 필자와 같이 부족한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알아듣기가 고역이다. 그리고 또 하나 1080P 화질에 익숙해져 720P 정도의 해상도도 부족하게 느껴지는 지금, SD급의 DVD 화질은 아쉽다. 몇 년 전만 해도 참 깨끗하다 느끼던 화질인데 말이다. 이런 느낌도 무척이나 상대적이다. _글 신우진 

 베토벤 <교향곡 5번, 미사 C장조>율리아 클라이터(소프라노)엘리자베스 폰 마그누스(알토)헤르베르트 리페르트(테너)기르트 스미츠(베이스)에르빈 오르트너(코러스 마스터)아르놀트 쇤베르크 합창단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유럽 쳄버 오케스트라Styriarte Festival Edition 002.2010연주 ★★★★☆  녹음 ★★★★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