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중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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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년이여!
  • 천순용
  • 승인 2012.03.01 00:00
  • 2012년 3월호 (47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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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행복한 오디오 취미 생활을 즐겨 보자
 대한민국의 40대 이후 성인 남성들을 바라볼 때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애처로움을 느끼고는 한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윗대의 선조들이 해 왔던 것처럼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전부가 되어 소위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가고 있으며, 취미 생활 하나 없이, 자신의 즐거움에는 단 1%의 투자도 없이, 오로지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대한민국 가장의 모습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변에만 해도 딱히 자신을 위해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취미라고 해 봐야 퇴근 후 소주 한 잔 걸치는 것이 취미라고 할 정도니,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즐기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가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런데 인생이란 것이 두 번 다시 오지는 않기에 가족을 위한 희생과 봉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 취미 생활을 통해 소중한 자기 자신의 즐거움도 누리고 사는 것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단 한 번뿐인 인생에 가치를 더하는 것이고, 또한 그로 인해 더욱 가족에 대한 사랑도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가장이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다는 말은 분명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가장이 건강하고 즐거우면 가정도 덩달아 즐겁고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네 가장들은 정작 취미 생활을 하려고 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딱히 찾으려고 하는 생각도 없을 뿐 아니라 취미 생활하는 돈이면 가정에 보탬이 되어야지 하는 희생정신이 너무 강한 것 같다. 거기다가 막상 취미 생활을 한다 해도 돈 안 드는 취미 생활은 없다 보니 늘 아내의 잔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대한민국 가장들의 취미 생활 현실임을 많이 보고 느껴 왔다. 특히 음악 감상을 예로 들자면, 음악 감상에 필수인 오디오는 눈에 보이는 실물이고,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다 보니 그에 따른 소리의 변화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스럽게 또 다른 오디오에 관심이 가고, 오디오 튜닝을 하게 되는데, 새로운 기기로 바꿀 때마다 아내들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날카로운 눈총과 잔소리에 눈치 보며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우리네 오디오 취미 생활을 하는 가장들의 현실이다. 그러면 아내들은 왜 그럴까? 그 원인을 찾아보면 의외로 해답은 쉽고도 가까이에 있다. 남편이나 아내나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둘 다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요즘 많이 유행하는 문구인 '소통의 부재'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두에서 취미 생활을 통해서 더 화목한 가정,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고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고, 장벽에 부딪힌다. 소통의 부재란 결국 아내가 남편의 취미 생활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또한 남편은 아내에게 이해를 부탁하는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활한 오디오 취미 생활을 위해 남편과 아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몇 가지 해 보고자 한다. 첫째, 남자들의 구조적 유전인자는 기계를 좋아한다. 남자들의 3대 로망이 '자동차•카메라•오디오'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만 보아도 남자들의 근본적 태생이 기계를 좋아하고, 또 그것을 조작하고 만지고 노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오디오는 한마디로 어른들(남자)의 장난감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 만큼 순수해지는데, 어느 정도 가지고 놀다보면 질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거기에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디자인의 속칭 번쩍번쩍 폼 나는 오디오를 구경하게 된다면 당연히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당신의 어린 시절과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셋째, 또 다른 소리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에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오디오 바꿈질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인데, 보통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오디오를 가지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시작하면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엄청난 고민에 고민을 하게 된다. 경제적 여건이 되더라도 부인의 날카로운 눈총을 떠올리면 두려운 마음마저 들기도 하며, 그것은 그만큼 평상시 부인들이 오디오란 취미 생활에 알게 모르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뜻도 된다. 여기서 보통의 남자들은 오히려 즐거움이 아닌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렇게 몇 가지 오디오 취미 생활과 오디오 바꿈질에 대한 이유를 나열해 보았는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일 뿐이고, 이러한 이유들을 부인들에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하고 이해를 요구하는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아마도 별로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반대로 남성들도 무작정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취미 생활을 통해서 더 가정에 충실해야 할 것이며, 취미 생활에 드는 비용 또한 술이나 담배 등 기타 소모적인 것들을 줄이는 노력을 보여 줘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아내가 남편의 오디오 취미 생활을 잘 이해해 준다면 음악 감상이란 취미는 퇴근 시간을 단축시키고, 집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빨라질 것이고, 술을 먹는 횟수도 줄어들어 더 가정적으로 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아내에게 숨김없이 당당하게 오디오 취미 생활을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한창 오디오에 열을 올리며 바꿈질을 자주 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자주 바뀌는 오디오 시스템 때문에 많이 민감하던 와이프가 어느 날 퇴근하자마자 필자에게 아주 화난 얼굴로 바라보며 '저거 얼메짜리냐?'라고 묻는 순간 어이쿠 이제 올 것이 왔구나 라고 직감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필자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언제나 그렇듯이 0을 하나 뺀 가격을 말했다. 그 순간 엄청나게 분노한 와이프 왈 '이 양반이 이 추분 겨울에 빤스 바람으로 한 번 쫓겨나삐야 정신 채릴끼가? 거짓말도 한두 번이지 이젠 안 속는다! 30만원 좋아하네, 300만원 아이가? 그동안 0 하나 빼고 바꾼 오디오 기기들로 냉장고, 세탁기 바꾸고도 남는다. 이 잉간아! 가족들 다 굶겨 쥑일끼가! 당장 빨가벗고 나가라! 당신은 옷도 필요 없다 빨가벗고 나가라! 어디서 돈이 나오길래 저런 비싼 걸 다 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빨리 내 눈에 사라져!'라며 경상도 아줌마 특유의 강렬한 고래고래 고함에 기가 팍 죽어버린 필자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머릿속이 텅텅 비어 버리고 깜깜해져 버렸다. 달리 방도도 없고 그냥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싹싹 빌었다. 뭐 그 순간엔 싹싹 비는 것 말고는 달리 변명할 여지도 없고, 이 고비를 넘길 방도가 없으니까. 결국 그날 필자는 완전 찍소리 한 번 못하고 쥐 죽은 듯이 골방에 쳐 박혔는데, 그날 이후 근 일주일을 밥상 구경을 못했고, 집안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지냈는데, 새로 바꾼 오디오는 한 달 내내 작동시켜 보지도 못했던 아픔이 있다. 그날은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공포감을 느꼈던 날 중의 하나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이후에 와이프가 하는 말이, 비싼 것을 구매했다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자기를 속인 것이 너무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 딴 주머니 찬 것이 너무 괘씸했다고 하면서 믿음이 가도록 행동하라는 말에 일 년 동안 집안 청소, 설거지 등 엄청난 봉사로 겨우 신뢰를 회복했던 일화가 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몰래 기기를 바꾸거나 새로운 것을 영입했을 경우 나중에 들통나면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에 대한 신뢰감만 떨어지게 되어 더 큰 화를 자초하게 되는 것이 부부 관계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오디오와 음악 감상의 취미는 가정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는 취미 생활인만큼 남편과 아내가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하는 오디오와 음악 감상의 취미 생활을 통해 대한민국 가장들이 늘 즐겁고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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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3월호 -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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