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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칸타타
글 신동현 2012-03-01 |   지면 발행 ( 2012년 3월호 - 전체 보기 )

 먼저 커피에 붙어 다니는 우스갯소리. - 커피(Coffee)는 이상한 음료다. 색깔은 너무 짙은 다갈색이기에 흰 우유를 섞어서 좀 연하게 변색시킨다. 씁쓸한 맛이기에 설탕을 넣어서 달게 한다. 끓는 물을 부었기에 너무 뜨거워 입김으로 불어서 식힌 후에 마신다. - 약간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체내에 들어가지만, 지금은 어느 가정에나 상비되어 있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하루에 적어도 세 번은 커피를 마셔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보편화되었다.커피의 역사를 살펴보자. 북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남서쪽 카파(Kappa) 지방에서 염소가 야생의 붉은 열매를 먹고 흥분하는 것을 목동이 봤다(그 지방의 이름 '카파'가 '커피'의 어원임). 이상하게 생각해 목동들도 먹어 보니 아주 상쾌한 기분이 되었다. 이래로 약용(藥用)으로 귀중하게 여겨지게 되면서 13세기 무렵부터 끓여서 마시게 되고, 아라비아로부터 전 유럽에 퍼지게 된다. 종교적인 토양이 다른 유럽에서 처음에는 '이교도(異敎徒)의 음료', '악마의 음료' 등으로 배척되었지만 로마 법왕 클레멘스 8세가 '이처럼 맛있는 음료를 그들만의 것으로 놔두기는 아깝다. 세례를 베풀어 정식으로 그리스도교의 음료로 함이 좋으리라' 라는 판단을 내리고, 이후로 급속히 보급되었다.클래식 음악과 대비하자면, 비발디나 바흐들의 이른바 바로크 시대에는 이미 일반 가정에서도 꽤 많이 마시게 되었고, 영국이나 이탈리아에는 전문 커피숍까지 생겼다. '악마의 음료'라고 헐뜯겼던 커피가 전 유럽으로, 또한 동쪽으로 퍼지면서 아시아로, 그리고 서쪽으로는 미 대륙까지 온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료가 되었다. 음악가들 중에도 애음가들이 많음은 쉽게 짐작이 가겠고, 따라서 커피와 관련이 있는 명곡이 많이 있음직한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많지는 많다.포퓰러 음악 분야에는 <커피 룸바>라는 곡이 있고, 클래식 음악 분야에는 J.S. 바흐의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가 있을 정도다. '칸타타'는 '가창곡(歌唱曲)'이란 뜻이니 <커피의 노래>라고 번역해도 되겠다.바로크 시대의 정점에 섰던 J.S. 바흐는 '칸타타'라고 불리는 작품을 적어도 3백 수십 곡을 썼다는데, 현존하는 것은 220여 곡이 있다. 그중에서 '교회 칸타타'가 약 200곡, '세속(世俗) 칸타타'가 20여 곡이다. 전자는 프로테스탄트의 교회에서 예배를 올릴 때 불리는 노래, 후자는 교회와는 관계없이 지인이나 귀족들의 결혼, 생일 등을 축하하기 위한 일종의 음악극(연기를 수반하지 않는)과 같은 작품이다.<커피 칸타타 BWV221>은 세속 칸타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작곡된 1732년 무렵에 번성했던 커피열을 풍자한 것으로, 커피 중독에 걸린 딸과 그것을 말리려는 아버지가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다. 바흐 시대의 라이프치히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대유행을 해서 가정에서만 마시는 것이 아니고 커피를 전문적으로 파는 '커피 하우스'가 대번성해서 여덟 군데나 있었고, 시민의 사교장으로 쓰여졌고, 커피뿐만 아니라 음악도 제공하는 점포도 생겼다. 그중의 하나, 친만 커피점에는 바흐 자신이 대학생을 주체로 하는 콜레기움 무지쿰과 함께 때때로 출연해 커피와 음악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갈채를 받았다고 하며, <커피 칸타타>도 그 점포에서 연주하기 위해 작곡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한다.원제는 <조용히, 떠들지 마시오!>인데, 곡이 시작하기 전에 내레이터가 '조용히, 떠들지 마시오. 슈렌들리안 씨와 따님이 옵니다. 아버님은 두덜두덜거리면서 화가 잔뜩 나 있는데, 무슨 일 때문일까요? 들어 봅시다.' 라는 내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그런 타이틀이 붙었다. 이어 아비와 딸이 등장해 둘이서 서로 주고받는다.아비 '아이들에겐 정말 성가신 일이 많아. 내가 타이르는 말을 딸은 도무지 듣지를 않으니. 얘야, 커피는 절대로 끊어!'딸 '그렇게 자꾸만 두덜대지 마세요. 전 커피를 하루에 세 번은 마시지 않으면 마음이 괴로워져요. 아아, 어찌나 좋은지. 커피의 맛! 1천 번의 키스보다도 더 달콤하고, 무스카트의 술보다도 부드럽고. 커피, 커피, 커피는 끊을 수 없어요!'아비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도 못해, 알겠어?'딸 '결혼을 시켜주신다면 커피를 끊을래요. 상대를 찾아와 주세요.'내레이터 '아버지는 딸을 위해 사윗감을 찾으러 나간다. 그러나 딸은 어떤 사나이가 남편이 되더라도 그를 설득해 기필코 커피를 마시도록 할 테야 그렇게 다짐한다.'

 이상과 같은 내용이 교묘한 연주와 함께 유머러스하게 전개된 후에 마지막에 가서는 세 사람의 등장인물이 합창으로 '아가씨는 언제나 커피를 좋아했고, 어머니도 커피를 좋아하게 되고, 할머니도 커피를 즐기게 되었으니, 어느 누가 딸을 책망할 수 있으랴.' 노래를 부르고, 모든 악기도 가세하면서 쾌활하게 곡을 매듭짓는다.연기(演技)는 수반하지 않고, 바로크라는 시대 배경도 있으니까 후대의 오페라 같은 드라마틱한 멋은 없다. 그러나 J.S. 바흐라고 하면 엄격한 작품만 썼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던 차에 <커피 칸타타>와 같은 즐거운 테마를 갖고 있는 작품도 썼다는 것을 알게 되면 바흐의 인간성이나 폭 넓은 예술성에 놀라게 된다.필자의 경우 한국의 최북단 회령읍에서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 쪽으로 10리 가량 거슬러 올라간, 주민 3백 명 정도의 한촌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해방 다음해 봄에 20세 나이로 38선을 넘어 서울로 와서 커피란 음료를 생전 처음으로 마셨다. 그때만 해도 서울의 일반 가정에는 아직 커피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여서 이름 있는 다방에 가서나 겨우 마실 수 있는 시대였다. 당시 서울 서대문 근처에 '자연장(紫煙莊)'이란 주로 문화인들만 즐겨 찾는 다방이 있었는데, '자연'은 '보라색 연기'라는 뜻으로 담배 연기를 말한다. 지금 같아서는 당국에서 와서 당장 간판을 떼어 버리라고 할 만한 커피 하우스였는데, 풋내기 만화가로 선배들과 어울려 담배를 퍽퍽 피우며 커피를 마시면서 격의 없이 이야기의 꽃을 피웠던 시대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생각나는 경우가 많다.  

<Monthly A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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