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gden Fusion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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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gden Fusion 21
  • 성연진
  • 승인 2012.03.01 00:00
  • 2012년 3월호 (476호)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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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재생의 본연을 그대로 드러내어주다
제임스 E. 서그덴이 만든 클래스A 인티앰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디오 업계에서는 '클래스A급 방식으로 구동되는 앰프는 서그덴'이라는 공식이 되어 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서그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있다. 그래서 지극히 전통적이고 이 고색창연한 브리티시 앰프 업체에게 디지털은 그다지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국 업체는 25년 전부터 디지털 기기를 만들어왔고, 이들의 CD 플레이어는 서그덴 포트폴리오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는 존재로 자리 매김을 해왔다. 

 새 디지털 시대의 대응, 퓨전 시리즈
신제품 퓨전 21은 서그덴의 최대 히트작인 A21 인티앰프로 대변되는 21 시리즈에 포함된 CD 플레이어 중 최신예 모델로 서그덴 스스로도 25년 디지털 기술의 최신 결과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A21이라는 이름 대신 퓨전(Fusion)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점이 새 CD 플레이어에게는 특별한 점으로 여겨진다. A21이 아닌, 퓨전이라는 용어를 내세운 이유를 꼽는다면 기존의 CD 플레이어들과 달리 디지털 입력이 추가되어, DAC로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의 폭을 넓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매뉴얼을 봐도, USB DDC 같은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면, 컴퓨터로 퓨전 21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해 놓았다. 



 소박한 설계, 흐트러짐 없는 정공법
 퓨전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할 정도로 이 제품의 내부는 전혀 최신 기술의 화려한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무언가 최신예 하이테크적인 반찬들이 잘 차려져 있을 법한 이름임에도 내부는 서그덴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는 클래스A, 아날로그 같은 단어들에 더 익숙한 모양새다. 퓨전 21에는 업샘플링, 프로세서, DSP, 첨단 디지털 필터, 초정밀 클록 같은 하이테크 용어로 도배된 반도체 부품들이 거의 없다. 클록도 TCXO, OCXO 등의 초정밀 클록도 쓰이지 않았다. 그나마 특별한 점이라는 트랜스포트로 CD 로더 대신 DVD 로더를 사용했다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숨은 스토리가 새어 나온다. DVD 메커니즘과 서보 컨트롤을 사용함으로써 CD를 빠른 배속으로 수차례 데이터를 읽어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하여 DVD 컨트롤러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한 뒤, DAC 클록에 맞춰 DAC로 데이터를 넘겨주는 구조를 취했다. 즉, CD를 실시간으로 읽어서 재생하는 스트리밍 재생이 갖는 지터의 문제를 나름 리-클록킹 처리로 지터를 줄이는 방법을 시도한 셈이다. 또한 디지털 입력은 동축 신호를 받아들이는 디지털 수신 칩셋에서 실제 오디오 신호를 뽑아 DAC로 넘겨주는 과정에서 비슷한 메모리 버퍼링 처리로 지터를 억제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리고 DAC는 192kHz 사양의 칩을 사용했고, 이후 아날로그는 서그덴의 전매특허인, 소신호 트랜지스터와 저항으로 꾸며진 완전 디스크리트 방식의 클래스A 아날로그 버퍼 회로로 마무리된다. 외형적으로 볼 때는, 최신예 DAC나 CD•네트워크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별다른 프로세싱 없이 그저 수수하게만 보이는 설계로, 가장 원론적인 정공법적 CD 플레이어로 완성된 것이다. 


 탄탄하며 세련된 클래스A 사운드
 이처럼 수수하고 소박해 보이는 설계임에도 사운드는 대단히 안정되며 세련미를 자랑한다. 숫자 놀음이나 하이테크를 표방하는 요란한 플레이어들이 고역의 확장, 디테일의 강조로 피곤하거나 귀를 자극하는 소리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안정된 중역의 탄탄함을 토대로 세워, 세련된 고역과 흐트러짐 없는 저역으로 대역을 확장시킨, 따스하고 유려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서그덴은 클래스A'라는 이미지들이 퓨전 21의 사운드에서도 그대로 묻어 나온다. 정경화의 같은 소편성 바이올린 녹음에서 바이올린 활 시위의 끝은 자극감이 하나도 없지만 매끄럽고 예리하고 고역 끝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며, 피아노의 왼손 타건이 들려주는 목질의 터치감도 정말 아날로그적인 색채로 그려낸다. 저역에 흐트러짐이 없는 피아노 소리다. 예전에 서그덴의 마스터클래스 IA-4에서 들었던 그 색채, 그 느낌 그대로다. 바보 같은 짓이지만, 수천만원이나 되는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MPS-5와 비교해 보아도, 그다지 아쉬움이 없는 소리를 들려준다. 절대적인 퍼포먼스에는 차이가 있지만, 차이의 폭은 돈에 비하면 아주 작은 차이일 뿐, 음악성에 대해서는 전혀 아쉬울 것이 없었다. 퓨전 21은 CD와 파일 재생이 공존하는 소스기기 혼돈의 시대에 CD 플레이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소리를 내주어야 하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제품이다. 전혀 하이테크하지 않아서 진부해보일 정도지만, 퓨전 21의 사운드는 그 어떤 네트워크 플레이어, USB DAC보다도 훨씬 음악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음악 재생의 본연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가격 320만원주파수 응답 20Hz-20kHz(±1.25dB)S/N비 86dB크기(WHD) 43×9×31cm 무게 9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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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디오 (2012년 3월호 - 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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